박기웅전 (인사아트센터 8.24-30) Review
월간미술 2005년 10월호 p. 175.
윤진섭(미술평론가, 호남대 교수)
박기웅은 지난 수년간 조각과 회화의 결합을 모색해왔다. 그의 작업은 주로 재료나 기법에서는 조각을 추구하되, 보여주는 방식에서는 회화적 전통을 따르고 있다.
용접이나 절단과 같은 조각기법을 사용하여 철조를 제작하는 그는 이 두 영역의 혼합에 집요한 관심을 보여 왔고, 이번 개인전은 지난 수년간에 걸친 실험의 연장이다. 따라서 사각 프레임을 기본으로 그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변주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독특한 감흥을 가져다 준다.
이른바 회화적 조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일상적 오브제와 결함해 성격이 서로 다른 사물들에 생명을 불어넣던 과거 작품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박기웅을 작품은 철의 기본적인 성격, 즉 강함과 연함의 양면적인 속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알다시피, 철의 성질은 강하다. 그러나 그것은 고온의 불에 녹을 때 액체 상태로 환원한다. 이 액체상태에서 고체상태로 전환하는 것이 성형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인 바, 그의 작품은 이런 성질의 변화를 이용하고 있다.
고온의 열로 일으키는 철판의 화학적, 물리적 변화가작품의 기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철판이 가열될 때나타나는 표면의 무늬를 비롯하여 용접으로 만들어내는 철 파편들의 다양한 결합이 그의 작품을 일종의 회화로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박기웅의 철조 작품들은 일종의 조각적 콜라주 혹은 철판을 이용한 추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형식적으로는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 주목하면서 이른바 표현의 문제에 대해 고심하는 듯하다. 이 내용과 형식의 결합이 철조라는 매체를 통해 다각적으로 실험되고 있다. 철을 용접하여 프레임을 만든 뒤, 그 안에 다양한 형태의 조작이 가해진 철판을 오리거나 잘라 결합하는 행위는 조각의 본령에 속하는 것이지만, 결과인 작품은 일종의 회화적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은 검은 색 철판의 표면에서 나오지만, 거기에는 또한 묵직한 철의 이미지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단지 철조로 회화적 표현을 대신했다고 해서 그의 작업을 새로운 실험이라고 부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 이유는 오늘의 미술이 이른 바 실험의 과잉 혹은 실험에 따른 방향상실이라는 역품을 맞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조각이란 무엇인가 혹은 회화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믿는다. 박기웅의 작업은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질문이다.(*)
조각적 회화라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벽에거는 조각 혹은 회화로서의 조각에 해당하는 박기웅의 작품은 너무 강해서 작품들끼리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철판으로 제작된 이일련의 작품들은 시선이 평면과 부조의 옆면면에만 머물도록 돼있다. 박기웅 조각의 특징은 일정한 거리에서바라보면 회화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조각적 회화 혹은 회화적 조각을 추구하는 박기웅의 의도일런지도 모른다.(*)